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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 '사이버 법정시대' 열린다
김영환 10-12-21
증인 등 수소법원 출석 않고 다른지역서 증언 가능
의원 11명 '원격영상재판특례법 개정안' 국회 제출
대상범위는 민사·가사·행정·특허소송 등에 한정

내년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재판의 증인이 부산에 있는 경우 굳이 서울로 가지 않고도 부산에 있는 법정에 출석해 증인신문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증인 등 재판관계인들이 반드시 재판이 진행중인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도 증언 등을 할 수 있는 원격영상재판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격영상재판이 도입되면 법원이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자소송과 맞물려 소송당사자인 원·피고가 직접 법정에 나가지 않고도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사이버 법정시대’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은 지난 6일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원격영상재판특례법)’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시행하도록 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원격영상재판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상 첫 원격영상재판 시작= 원격영상재판은 원·피고와 대리인, 증인 등 재판관계인이 재판이 진행중인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화면 등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변론이나 증언 등을 할 수 있는 재판을 말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재판에 접목돼 재판관계인은 재판장이 있는 법정이 아니라 다른 법원의 법정 등에서 동영상촬영장치와 영상출력장치화면, 마이크와 스피커 등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재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원격영상재판이 실시되면 국민들의 사법서비스 접근권이 향상되고 당사자나 증인의 불출석 등으로 인해 지연되기도 했던 재판은 진행이 신속해져 소송비용 등 사회적 비용절감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원격영상재판특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선 전국 법원에 설치된 화상증인신문시스템이 원격영상재판에 쓰일 전망이다. 화상증인신문시스템은 성폭력사건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가 법정이 아닌 곳에서 화상을 통해 증언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시스템으로 지난 2004년9월 도입됐다. 원격영상재판이 실시되기 위해서는 전국 법원을 잇는 전자시스템 네트워크가 필수적인데 전국의 화상증인신문시스템을 연결하면 네트워크구축이 신속하게 가능하다.

올해 특허사건에 이어 내년에는 민사사건에도 전자소송이 도입되고, 2013년에는 형사소송을 제외한 전체 소송이 전자소송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는 원격영상재판을 시행할 수 있는 고도의 전자시스템기술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 증인신문 등 법정 아닌 곳에서도 가능해져= 원격영상재판특례법안은 원격영상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와 사건의 범위를 ‘법정 또는 그 밖의 장소’로 규정하고 있다. 법정경위나 소송진행과정을 지켜보는 법원 직원 등이 있고 소송을 진행할 요건이 갖춰지면 법정이 아닌 곳에서도 증인신문 등이 가능해진다. 먼 장래에는 동사무소나 주민자치센터 등에서도 일정한 시스템과 요건을 갖추면 영상재판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격영상재판을 할 수 있는 사건범위는 민사·가사·행정·특허소송사건 및 민사조정사건으로 정했다. 원격영상재판을 원하는 당사자는 법원에 신청을 하면 되고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 허가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진술의 신빙성이 중요한 피고인이나 증인 등을 다루는 형사사건은 영상재판의 대상사건에서 제외됐다. 형사사건의 경우 재판관계인의 표정과 주위 환경에 대한 재판장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격영상재판이 도입되더라도 시행 초기에는 증인신문 등 일정 범위에서만 시행하고 점차 당사자나 대리인의 변론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영상재판이 이뤄지는 장소도 처음에는 법정위주로 시작해 다른 관공서 등으로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안이 통과되면 대법원규칙으로 정해진다. 현재 미국과 영국, 호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원격영상재판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증인신문에 한해 영상재판을 허용하고 있다.

◇ 대법원, 15년 전 영상재판 시도했으나 실패= 대법원은 지난 1996년 원격영상재판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교통이 불편한 양구·인제군법원과 홍천군법원, 경주지원과 울릉등기소가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첫 원격영상재판시도는 제도도입 5년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먼저 1999년3월 경주지원과 울릉등기소 사이의 시스템사용이 중단됐다. 경주지원과 울릉등기소 간의 원격영상재판은 월 재판건수가 5회 미만인데다 운영비로만 한달에 440만원이 소비됐다. 또 1998년11월 포항지원이 신설돼 울릉군관할이 포항지원으로 옮겨지면서 설비이전에 따른 비용부담도 문제로 작용했다. 양구·인제군법원과 홍천군법원 간의 원격영상재판도 같은 이유로 2년 뒤인 2001년4월 폐지됐다.

박준선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를 하면서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이번 법률안은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적용대상사건과 관할 법원 등을 다시 정한 것으로 법원도 개정취지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